실리콘밸리에서 Meta 첫 주 보내기
입사 D-7일
입사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니 Workplace 그룹에 초대되어 오리엔테이션에 필요한 정보들을 공유 받고, 같은 날 입사할 예정인 사람들과 미리 온라인으로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출장에 필요한 비행기와 숙소 예약 대행을 통해 예매를 완료했다.
입사 D-1일
메타에서의 첫 일주일은 멘로 파크 캠퍼스에서 신규 입사자 오리엔테이션과 부트캠프로 시작된다. 그래서 일요일 아침에 공항으로 향했고, 6시간이나 걸려 샌프란시스코 국제 공항에 도착했다. 은근히 오래 걸리고 힘든 비행이었다. 다들 뉴욕에서 휴가를 보내고 돌아가는 길이었는지 공항에 사람이 정말 많아서 국내선이었는데도 체크인이 1시간 넘게 걸렸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은 생각보다 한적했고 곧바로 호텔로 향했다.
애플파크 방문자 센터 방문
영업 시간이 짧기 때문에 평일에는 퇴근하고 올 여유가 없을거 같아 호텔에 짐 풀자마자 향했다. 딸아이가 입을 onesie도 사고 선물할 티셔츠도 구매했다. 생각보다 다양한 디자인이 없어서 살짝 실망했다. 특히 예전에 샀던 애플 로고만 딱 박혀있는 심플한 티셔츠를 원했는데 단종됐는지 보이지 않았다. 애플 로고 라떼 아트을 찍고 싶어서 평소에 잘 마시지 않는 따뜻한 커피를 시켰다.
이후에는 실리콘밸리에 거주 중인 예전 직장 동료를 만나 저녁을 먹었다. 식사 후에는 팔로 알토 University Avenue를 구경시켜주셔서 유명인들이 자주 출몰한다는 카페도 보고 페이스북의 첫 사무실이었던 곳에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입사 D-Day
오리엔테이션 기간 중에는 호텔에서 캠퍼스로 가는 셔틀이 있어서 쉽게 오갈 수 있었다. 가는 길에 창 밖을 보는데 허허벌판이었다. 뉴욕과는 사뭇 다른 출근길 모습이라 색달랐다. 회사가는 것 같지 않고, 예전 네이버 다니던 시절 춘천으로 워크샵 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줄 서서 임시 출입증을 받고 오리엔테이션 장소에 들어갔다.
첫 날은 직군 구분 없이 모두가 한 곳에서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다. 여러 패널들이 나와서 문화에 대해 이야기해주기도 하고, 프로덕트 VP가 와서 메타의 역사와 미래에 대한 얘기도 해주고 갔다. 첫 날은 업무 기기를 수령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호텔로 돌아왔다. 저녁 약속이 있어서 간단히 정비하고 서니베일로 향했다.
구글러와 저녁식사
네이버 다니던 시절에, 한 대학생이 사내 밋업에 초청받아서 발표를 하러 왔었다. 발표를 듣고 ‘저 친구 똑똑하고 열정이 있어보인다, 친하게 지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표가 끝나고 단상으로 찾아가서 인사나누고 기술적인 얘기도 하면서 연락처를 교환했다. 그 친구는 결국 대학교 졸업하고 네이버에 입사했다가 몇 년 뒤에 구글 코리아로 이직했다. (사람 보는 눈이 나쁘진 않은 거 같다?)
그리고 몇 개월 전에 주재원으로 구글 본사로 왔다. 나는 빅테크가 처음이라 이 친구가 구글 다니면서 느끼고 경험한 이야기들이 큰 도움이 됐다. 커리어 고민도 나누고, 미국 정착, 가족 이야기 등 시간 가는줄 모르고 얘기했다. 가깝게 살았으면 부부끼리 친하게 지냈을거 같은데 아쉽다.
엔지니어링 부트캠프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만 모여서 엔지니어링 부트캠프를 했다. 메타는 사내 툴이 정말 잘 되어있기로 유명하다. 소스코드 버전 관리도 처음 써보는 것이고(Sapling), 코드리뷰 툴도 처음 써보는 것이고, 기타 등등(링크) 지금까지 경험했던 개발 환경과 너무나 다르다. 여태 회사 다니면서 ‘이런게 있으면 정말 편할거 같은데’ 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전부 다 있다. 그래서 이 시스템과 툴들을 배우고 익숙해지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꽤 필요할거 같다.
호기심 때문에 기다리지 못하고 둘째 날부터 사내 문서를 찾아서 개발 환경을 세팅하고 패밀리 앱들을 돌려봤다. 그리고 다음날엔 아주 작은 이슈를 해결하는 코드 변경을 제출할 수 있었다. 이렇게 빨리 환경 설정하고 코드를 돌려보고 기여까지 할 수 있었던건 사내 인프라 덕분이었다. 메타가 개발자 생산성에 얼마나 큰 투자를 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메타 퇴사자들이 가장 그리운게 사내 시스템이라던데 단번에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메타메이트(Metamate)들과 커피챗
작년에 입사하신 한국인 두 분과 커피챗을 했다. 한 분은 한기용님 커리어 멘토링을 통해서 알게 된 분이고 한 분은 공통의 지인을 둔 아주 오래된 페이스북 친구였는데 드디어 만나뵐 수 있었다. 두 분 다 오랫동안 실리콘밸리에서 사셨고 커리어적으로 배울 점이 많았다. 이렇게 시간 내서 만나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오히려 실리콘밸리에 아는 사람이 더 많고 정작 근무지인 뉴욕에는 별로 없다는게 아이러니하다. 심지어 우리 팀원들도 다 여기에 있고 나만 뉴욕 오피스다. 어디든 마찬가지지만 메타에서는 특히 네트워크가 중요한거 같은데 입사 초기에 열심히 네트워킹을 해야할 거 같다.
일찌감치 캠퍼스 입구에 있는 대형 간판에서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시간이 나지 않아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마지막 날 떠나기 직전에 찍을 수 있었다.
금요일 오전 일정을 끝으로 부트캠프를 마치고 오후 비행기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니 새벽 2시였다. 출장 첫 날 기온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춥게 밖을 돌아다녔는데 호텔도 너무 건조해서 결국 주중에 목감기에 걸려버렸다. 그래서 돌아온 주말에 내내 약 먹고 뻗어있느라 아이랑 잘 놀아주지도 못하고 감기 옮길까봐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일주일 사이에 아이가 훌쩍 성장해있어서 놀랐다.
뉴욕 오피스 환영회
주말 휴식 후 월요일에는 실제 근무지인 뉴욕 오피스에서 웰컴 이벤트가 있었다. 로비에서 정식 사원증을 수령한 뒤 시시콜콜한 아이스브레이킹 게임을 조금 하고 뉴욕 오피스의 역사, 쉐프님들 소개(음식에 자부심 있는 도시 아니랄까봐), 이벤트 등등 소개하고 금방 끝났다. 이후에는 각자 자리를 찾아 자율적으로 온보딩을 진행했다.
뒤에 보이는 높은 건물이 아니라 아래쪽 돌로 된 건물이다. 옛날 미국 우편 공사(우체국)가 쓰던 건물이다. 바로 길 건너편이 Penn Station이고 미드타운 중심지라 사실 여기 여러번 지나 다녔었는데 메타 사무실인줄은 꿈에도 몰랐다.
마무리와 다짐
이렇게 해서 메타에서의 첫 주가 정신없이 지나갔다. 그런데 몇 일 뒤, CEO의 5% 인력 대체 발표를 보고 미국 회사에 왔다는 것이 절실히 실감났다. 기대감과 긴장감이 뒤섞인 가운데,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첫 해를 잘 버텨내고 조직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메타에서 맡게된 업무도 지금까지의 커리어에서 해왔던 것과는 살짝 다른 Growth Engineering이다. 신기능을 개발하고 Product Market Fit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리 잡은 앱을 더 성장시키기 위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실험을 통해 데이터로 검증을 해야한다. 데이터 분석 스킬도 빠르게 탑재해야 할 거 같다. 이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집중하고, 성장해나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