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다는 생각 버리기
저는 학부 4학기를 마치고, 21개월의 군 복무를 다녀온 후 (한국 나이) 24살에 프로그래밍을 처음 접했습니다. 당시 대학 동기들은 이미 졸업을 앞두고 취업하거나, 국가고시에 붙고, 전문 자격증을 따고 있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분야를 시작하는 것이 뒤쳐지는 것처럼 느껴졌고, 제 선택에 대한 의구심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라는 직업의 선호도가 지금 같지 않았습니다. 전역 후 LG CNS에서 번역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같은 사무실을 썼던 개발자 분들도 저를 말렸습니다. 대학 동기들은 코딩이 뭔지, 왜 그걸 하는건지 궁금해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넥스트에 들어가 보니 이미 몇 년씩 프로그래밍을 해온 20살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친구들을 보면서 더 초조해졌습니다. 어느 날, 한 친구에게 '너는 스무 살인데 벌써 코딩도 잘하고 수업도 다 이해해서 좋겠다. 나는 지금 아무것도 못하는데 언제 따라잡겠냐' 이런 말을 했는데요. 그 친구의 대답은 뜻밖이었습니다. '에이 형, 저는 김OO(가명)에 비하면 완전 초보죠. 걔는 저보다 더 일찍 시작했어요.' 하며 본인도 걱정을 하더랍니다.
이때 결정적인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늦었다는건 상대적이며, 결국 남과 비교에서 비롯된다는것. 내가 부러워하는 누군가는 또 다른 누군가를 부러워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지금이 늦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언제 시작했어도 늦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는 깨달음을 얻고나서 마음이 한결 편해졌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나간 시간을 아까워하기보다 지금부터 나만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것입니다.
무엇을 상상하든 10년이면 그 이상 성취할 수 있다.
프로그래밍을 2년 배우고 첫 회사에서 1년 근무한 뒤에도 진로 고민을 계속 했습니다.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지, 직업의 미래 전망이 어떨지 확신이 없었습니다. 마치 연례 행사처럼 매년 반복해서 고민하다가 1년만 더해보자란 생각으로 몇 번 연장해 가다 보니, 어느새 그런 고민이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다음 10년의 커리어를 깊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제 전문 분야에 대한 수요가 확연히 달라졌다는걸 느끼고 있습니다. 10년 전과 똑같은 고민이 다시 떠오릅니다. 이제 와서 새로운걸 배운들 또 언제 실력을 갖추겠냐, 당장은 큰 일 없으니 그냥 가만히 있어 보자는 안도감과 지금부터라도 새로운 도전을 해야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서로 충돌합니다.
빌 게이츠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1년 안에 할 수 있는 일을 과대평가하고, 10년 뒤 달성할 수 있는 일은 과소평가한다.” 레이 커즈와일은 인간의 두뇌는 선형적 사고를 하는데 기술은 지수적으로 발전하기 때문에 인간은 미래 예측을 잘 못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회사에서 새로운 업무 기회가 보이면 내 일이 아닌 것처럼 보여도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공부도 시작했습니다. 당장은 내 성장 속도가 더뎌보이더라도 그 분들의 말을 되새기며 10년 뒤를 상상하고 동기를 잃지 않으려 합니다.
포스트 감사합니다. 자극받고갑니다. 저도 더 열심히 준비해야겠네요
저는 30대 중반의 나이에 개발자가 되었고, 감사하게도 지금은 선망하던 회사에 들어와 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변의 뛰어난 분들과 비교해 늘 부족한 저를 보면서 지칠 때도 있고, 링크드인에서 화려한 이력을 지닌 분들을 보며 나는 이미 늦은 것인가 하는 생각을 종종 했는데요, 이 글을 읽으며 많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사실 제목만으로도 저에게 해주는 말인 것 같아서 살짝 울컥했습니다ㅎㅎ) 10년 후의 저를 그리면서, 다시 마음을 다잡고 영어와 개발 공부를 계속 이어가야겠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